눈뜨며 바로 하는 기도의 첫 문장이다.
'오늘도 선물같은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저녁형 인간인 줄 알았다. 나는 디자이너니까.
하지만 인생이 갑자기 벼락맞듯 어둠의 골짜기로 굴러떨어져버리면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는 4년전 남편 췌장암 말기 선고이후 저절로 아침형 인간, 부지런한 인간이 되었다.
한순간에 나는 아픈 남편과, 8살 딸을 보살피고 지키는 가장이 되었으니까. 그것도 미국, 펜데믹 정중앙에서.
늦잠은 사치였다. 내 입에 음식을 넣을 시간이 있는 것도 감사했으니까.
4년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요즘 조금씩 마음의, 시간의 여유가 생겨 뒤돌아보기도 한다.
다시 하라면 못할 일들을 참 열심히 잘 해내왔다는 걸 깨닫고 흠칫 놀라고 태어나 처음으로 진심 내가 기특, 자랑스럽다.
정성스레 집에서 끝까지 혼자 간병했고 무서워 울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웃으려 노력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무작정 유튜브 주식 채널들을 보았고 부족한 영어로 온라인 셀러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했다.
불안, 공포에 숨이 멎는 것 같은 공황장애도 겪었고 남편을 보낸후 같은 집,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 수가 없어 2년간 수면제를 복용했다. 내가 무얼하는지 자각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상태로 지내면서 정신과 상담도 받았고 위장이 완전히 망가져 2년간 몇달씩 죽, 두부, 양배추로 연명하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물만 먹어도 올라오던 날들, 온 몸이 아프고 머리는 늘 뿌옇고 내가 혼자 직업도 없이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끝없는 불안이 정신을 좀먹어 가는 나날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트라우마, 우울증이라고 테라피스트는 말했다. 나는 다시는 예전처럼 순수하게, 환하게 웃는 날은 없을 거라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마음에 불안과 우울을 가진채로 일그러진 거짓 웃음을 지으며 살아갈 거라 생각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열심히, 불안에 떨면서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온 길.
지금 돌아보니 나는 이제 능숙하게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 포트폴리오를 조절할 수 있고 지금처럼 시장 등락이 극심해도 느긋히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투자에 단련이 되었다. 그동안 개인 홈피를 거쳐 아마존 셀러가 되었고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제작, 판매도 해보았고 내이름의 작은 회사도 있다. 작년엔 법률회사에 사무보조로 취업도 해보았다. 지금은 대부분 정리하고 주식투자와 새사업 구상,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4년인데, 그동안 남편, 친구, 엄마를 차례로 보내며 무너지고 일어서고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내 인생은 끝없는 불행과 고통의 연속인가 보다 했는데 지금 나는 감히 소박하게 행복하다 말한다. 폭풍 한가운데 있을때 시간이 약이라고 위로하던 사람들의 말이 공허하다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안다. 너무나 상투적이나 정말로 인생에 시간만한 치료제는 없다.
오늘로 아이는 만 13살이 되었다. 이제 진짜 틴에이저이다. 남들과 다른 유년기를 보내서 또래보다 무척 생각이 깊고 어른스럽다. 거의 3년을 방치하다시피 키웠다. 펜데믹 동안 내가 미친 여자처럼 남편 병원 스케줄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수많은 동네 이웃들과 친구들이 아이를 기꺼이 맡아주었다. 모두가 같이 키운 그 아이가 이제 사춘기를 하는 중학생이 되다니. 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파티도 안하고 동네 일본 라면집에서 카레와 라면을 나워먹으며 작은 조각 케잌으로 축하하는 소박한 생일상. 그래도 아이는 행복하게 웃는다. 말로 안하지만 우리 둘은 이러한 소소한 일상이, 별 일없이 평온한 일요일 오후가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온 몸으로 느낀다.
내가 글을 쓰는건 내가 깨달은 사랑과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기가 막힌 불행들이 연속으로 덮쳐와도 어딘선가 선한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우리는 또 믿을 수 없는 힘과 용기로 그 시간들을 견뎌낸다. 생각보다 우리 자신은 무한히 강하고 고통속에서 그런 나의 잠재력을 일깨우며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을때 훌쩍 커버린 나와 마주하는 기쁨도 상당하다. 그러니 지금 힘든 시간 속에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선을 다해 아둥바둥 버티고 견디면 결국 터널을 지나게 될꺼라고.
내가 해보았더니 그래도 인생은 선물인 것 같다고.
살아볼 가치가 있고 고통에서 얻는 깨달음이, 나의 성장이 꽤나 값지고 뿌듯하며 인생의 다음 단계를 나아갈때 나 스스로가 든든한 뺵이 되어줄 수 있다고.
아직도 혼자 걸어가야 할 길이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나는 결국 해낼 거라는 것을.
세상은 따듯하며 서로 다독여주면서 같이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살아있음에, 또 설레는 하루가 시작되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여러분들도 선물같은 오늘 하루를 기쁘게 충만히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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